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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칼럼 소화기질환
블로그 2026년 4월 8일

[소화불량] 배가 아픈데 몸살이 같이 있어요. 체기? 감기?

김승민
의료 감수 김승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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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지에 있었던 경험으로 시작을 해보겠습니다.


여행지를 가면 늘 많이 먹습니다. 평소 안 먹던 음식도 '이때 아니면 언제 먹어보겠냐'는 생각으로 과하게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조식당으로 갔습니다. 갓 구운 빵, 반미, 반쎄오, 샐러드 등. 접시 가득히 푸짐하게 담고, 하나로는 부족해서 2~3개 나누어 담습니다. 평소라면 아침에 빵은 안 먹지만, 여기는 풍경 좋은 여행지니까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가득가득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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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리 먹고 아이와 함께 수영장을 가보았습니다. 마침 키즈풀의 물 높이가 적당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인에게는 무릎 아래에 오는 물 높이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비도 오고 바람도 꽤 불기 때문에, 생각했던 동남아 날씨가 아니라 쌀쌀한 날씨였습니다. 우리나라 3월 정도의 날씨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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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배가 조금씩 아파지더니, 여지없이 물 설사를 수 회 반복했습니다. 앞으로 저의 일정은 화장실이 되는 듯하였습니다. 몇 시간 지나니, 오한이 들고, 약간의 미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이 쑤시기도 한 몸살까지 생겼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설마 식중독?


동남아 여행에서는 물을 조심해야 하니까 물 때문인가? 음식 때문인가?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는 아내와 아이는 너무나도 멀쩡했습니다. 리조트 내의 그 어떠한 사람도 저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물 또는 음식에 의한 식중독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과식으로 인한 체기입니다. 전 날 저녁에도 열심히 먹었고, 일어나자마자 위장에 무언가를 때려 넣었습니다. 평소에 안 먹던 음식들로 말이죠.
근데 체기가 왜 감기 몸살 증상으로 오는 것일까요?

식적류상한 食積類傷寒


한의학에는 식적류상한 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풀어쓰면,
식적 : 음식이 쌓여 있다. 과식으로 인해 소화가 안 되고, 위장이 막힌 상태입니다.
류 : 비슷하다
상한 : 추위에 의한 감기, 몸살(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감기보다는 좀 더 강한 편)
즉, '과식으로 체기가 있는데, 감기 몸살과 비슷한 증상' 이 식적류상한이라는 개념입니다.
본체는 과식으로 인한 것인데, 밖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감기 몸살이기 때문에, 실제로 임상에서는 무엇이 본증(본체)인지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동네 한의원 진료실에 있다 보면 이러한 경우는 정말 수도 없이 많습니다. 사람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다른데, 발생하는 요인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고, 원래 가지고 있는 장부의 편차(소증)에 의해 다르기도 합니다.
체했는데 두드려 맞은 것 같다. 체했는데 목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체했는데 으슬으슬 추워서 감기약을 먹고 잤다. 등등

현대 생리학의 관점에서는 장의 면역 활동과 관련되어 있다고 봅니다.


우리 몸에서 장은 단순히 음식을 소화 흡수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면역세포의 약 70%가 모여 있는 면역 기관입니다.

평상시에는 특별한 일이 없지만, 과식으로 인해 장에 과도한 부담이 걸리면, 장 안의 환경이 급격히 바뀝니다.
음식물이 정체되고, 장내 세균의 이상 발효가 일어나고, 장 점막에 국소적인 염증이 나타납니다.
장내 세균의 내독소가 느슨해진 장점막의 틈 사이로 나와 혈류로 소량 유입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장의 면역세포들은 사이토카인 분비를 높여 면역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이후, 뇌하수체의 체온 조절 중추에서 체온의 기본 세팅 값을 올립니다. 기준점이 올라갔기 때문에 기준점 보다 낮은 현재 체온에서는 춥다고 느끼고(오한), 몸은 기준점까지 체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열을 발생시킵니다.(발열)
그리고 전신의 근육과 관절에 작용하여 통증과 피로감을 유발합니다.(몸살)

이러한 면역 기전은 원인을 가리지 않습니다.
바이러스, 세균, 과식 등등. 다른 이유여도 면역세포는 똑같이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합니다.
따라서,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이 아닌 과식만으로도 이와 유사한 오한, 발열, 몸살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식적류상한' 이라고 따로 이름을 붙인 것을 보니, 이러한 증상을 가진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고, 잘 진단해서 치료하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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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식적류상한은 아닐 수 있습니다. 실제로 찬 바람을 오래 맞았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따진다면 식적겸상한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적류상한이든 식적겸상한이든 앞으로 일정이 화장실이 될 수 있는 상태에서, 그런 학문적인 개념을 따지고 있을 수는 없겠죠.
빨리 나아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따뜻한 생강차를 많이 마셨습니다.


저의 증상을 얘기했더니 따뜻한 생강차를 준비해 줬습니다.
근데 이 생강차가 기가 막혔습니다. 생강을 많이 넣은건지, 원래 베트남의 생강이 센 건지. 알싸한 맛이 엄청 강했습니다.
생강은 위를 따뜻하게 하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줍니다. 잘 보듬어 준다는 이미지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시럽인지 꿀인지 단 맛을 넣으면 맛이 조금 부드러워지겠지만, 생강의 따뜻한 성질을 더 얻기 위해서 단 맛은 일절 넣지 않고 그대로 마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소화제를 1시간 간격으로 3~4포 가량 복용하였습니다. 여러 한약재를 분말로 내어 처방한 것입니다. 이것 역시 따뜻한 성질의 한약재가 주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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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시간이 지나자, 설사가 줄어들고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나는 땀은 아파서, 힘들어서 나는 식은땀이 아니라, 감기 걸렸을 때 낫는 과정에서 나는 땀으로 보였습니다.
바람이 불고 춥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반팔을 입고 다니는 베트남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옷을 껴 입고 에어컨을 끄고 오히려 땀을 조금 더 냈습니다.

그다음 날은 설사는 거의 멎었고,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태로 좋아졌습니다. 계획해둔 일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남은 일정이 화장실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다시 하루가 더 지나자 원래 상태로 회복하였고, 남은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기인 듯 감기가 아닌 듯, 체한 듯 체한 게 아닌 듯


배가 아프고, 소화가 안되고, 설사가 나오고, 더불어서 오한, 발열, 몸살 증상까지 있으면 충분히 식중독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약간의 체기가 있는데, 오한 발열 몸살 증상이 있다면 감기인듯하면서 감기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체한 듯하면서 체한 게 아닌 듯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가 참 난해합니다.
물론 평소라면 병원, 의원, 한의원을 찾아서 진단을 받으면 알 수 있겠지만, 멀리 출장 갔거나, 연휴 기간이라거나, 해외 라면 마땅한 방법이 없지요.
체기의 범위는 정말 다양합니다. 큰 관련이 없는 듯한 증상과 같이 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감기와 같은 증상이 같이 오는 경우가 그러합니다.
체기의 일종이라면 따뜻한 죽을 먹고, 충분히 쉬는 정도면 잘 회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반드시 의료인의 진찰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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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민

김승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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